전 세계 50개국 출간, 누적 판매 1200만 부를 기록한
맨부커상 최대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의
리커버 특별판이 출간되었다.
작품에 담긴 사유와 철학을 아름답게 담아낸 표지와
무게감 있는 양장 제본으로 소장 가치를 높였다.
또한 본문 말미에는 국내외 언론 및 명사들의 서평을
발췌, 수록하여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했다.
인도 소년 ‘파이 파텔’과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227일간 이어진 태평양 표류기를 담은 이 작품은
“황홀하고, 멋진, 절망적이지만 쾌활한” 모험소설이자
고통의 바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성장소설로,
묵직한 철학적·종교적 담론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끌어내며 이 시대의 고전 반열에 올랐다.
2012년, 바다 위 극한의 생존 상황을
환상적인 영상미로 그려내며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을 동시 수상한
이안 감독의 영화〈라이프 오브 파이〉의 원작이다.
낯선 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겨우 살아남았나 했더니 언제 자기를 잡아먹을지 모를 벵골 호랑이와
공존 아닌 공존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인도 소년 파이.
절망의 순간에 이르러 희망을 찾은 이 소년의 이야기는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저자 얀 마텔은 1963년 스페인에서 캐나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났다.
캐나다, 알래스카, 코스타리카, 프랑스, 멕시코 등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란, 터키, 인도 등지를 순례했다.
캐나다 트렌트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
27세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1996) 『헬싱키 로커모쇼 가 이면의 진실』(1993) 등의
소설을 발표했고 『파이 이야기』로 2002년 부커상을 받았다.
P. 43~44
내 차례였다. 사탄을 물리칠 시간.
메디나야, 내가 간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서둘러 칠판으로 나갔다.
선생님이 뭐라고 말하기 전에, 분필을 들고 적어 내려갔다.
내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입니다
이름의 철자 밑에 두 줄을 그었다.
간단히 부르면 파이 파텔
인심 쓰는 셈 치고, 이렇게 덧붙였다.
π = 3.14 접기
P. 101
신부는 이렇게 물었다.
“아드님이 이슬람 사원에 뭐 하러 가지요?”
힌두교 사제는 말했다.
“아드님이 교회에서 성호를 긋는 걸 봤습니다.”
이슬람 지도자가 나섰다.
“아드님은 이슬람교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부모님은 한꺼번에 이런 말을 듣고 어리벙벙해졌다.
그분들은 내가 뭘 하고 다니…
P. 109
“간디께서는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에요.”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내 당황스러움은 전염이 된 것 같았다. 모두 말이 없었다.
우연하게도 우리는 산책로에 있는 간디 동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입술에 장난꾸러기…
P. 121
왜 사람들은 이동할까? 무엇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모르는 게 없던 곳을 떠나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할까?
왜 스스로를 거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겉치레투성이인 곳에 오르려 할까?
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힘겨운 이국의 정글로 들어갈까?
어디서나 대답은 하나겠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며 이주한다.
P. 161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 고아가 되어 홀로 떠 있었다.
몸은 노에 매달려 있고, 앞에는 커다란 호랑이가 있고,
밑에는 상어가 다니고, 폭풍우가 몸 위로 쏟아졌다.
이성적으로 이런 상황을 보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물에 빠져 죽기를 바라리라.
하지만 노를 방수포에 끼우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밀려든 잠시 동안…
P. 215
“난 죽지 않아. 죽음을 거부할 거야.
이 악몽을 헤쳐 나갈 거야.
아무리 큰 난관이라도 물리칠 거야. 지금까지 기적처럼 살아났어.
이제 기적을 당연한 일로 만들 테야. 매일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아무리 힘들어도 필요하다면 뭐든 할 테야.
그래, 신이 나와 함께하는 한 난 죽지 않아. 아멘.”
P. 243
지나가는 배에 구조되리라는 희망을 너무 많이 갖는 것도 그만둬야 했다.
외부의 도움에 의존할 수 없었다.
생존은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했다.
내 경험상 조난자가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기대가 너무 크고 행동은 너무 적은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데서 생존은 시작된다.
게으른 희망을 품는 것은 저만치에 있는 삶을 꿈꾸…
P. 334
“사랑한다!”
터져 나온 그 말은 순수하고, 자유롭고, 무한했다.
내 가슴에서 감정이 넘쳐났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 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P. 427
“무엇에 대해 말하는 것은 ? 영어든 일본어든 언어를 사용해서 ?
이미 창작의 요소가 들어 있지 않나요?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도 이미 창작의 요소가 있지 않나요?”
“저…….”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P. 45
한때는 의심도 쓸모 있는 법.
우리 모두 겟세마네 동산을 거쳐야 한다.
예수가 의심했다면 우리도 그래야 한다.
예수가 기도하며 분노에 찬 밤을 보냈으니,
십자가에 매달려 ‘주여,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가?‘라고 울부빚었으니,
우리도 의심해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나아가야 한다.
의심을 인생철학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송 수단으로 ‘정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신, 더 나아가 믿음과 신뢰 그리고
우정, 모든 존재들과 어떤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가 구명보트에 있게 되면 해야 할 일들,
동물과 단 둘이 혹은 동물들과 나 혼자 있다면
내가 행동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파이 이야기 _ 감상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