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났다!
영화와도 같은 강렬한 사건과 매혹적인 문체로 시선을 사로잡는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 『아몬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이 작품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특별한 성장을 그리고 있다.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와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곤이,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도라와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전한다.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하는 그는 타고난 침착성,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에 별 탈 없이 지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이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가족을 잃는다. 그렇게 세상에 홀로 남겨진 윤재 앞에 ‘곤이’가 나타난다. 놀이동산에서 엄마의 손을 잠깐 놓은 사이 사라진 후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곤이는 윤재를 괴롭히고 윤재에게 화를 쏟아 내지만, 감정의 동요가 없는 윤재 앞에서 오히려 쩔쩔매고 만다. 그 후 두 소년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가고, 윤재는 조금씩 내면의 변화를 겪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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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드피플 선생님 감상평 >
“>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군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 윤재는 아몬드(편도체)의 이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엄마는 그런 윤재를 ‘또래에 비해 겁이 없고 침착한 아이’로, 할멈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괴물’로 불렀다. 윤재에게 감정은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할 뿐, 잔잔한 호수에 억지로 파도를 치게 만드는 것처럼 버거운 대상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 할멈과 엄마가 어느 사회 부적응자의 칼부림에 죽어가던 순간에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재는 할멈과 엄마의 온기 덕에, 고통, 죄책감, 아픔을 알려 준 곤이 덕에,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 준 도라 덕에 평범하고도 특별한 아이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 책을 읽어 나가는 동안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내뱉는 윤재의 담담한 말투에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느낄 수 있음에도 외면하고, 공포와 두려움이 크다며 나서지 않는 나와 우리 주위의 보통 사람들 보다 윤재의 무채색 감정이 더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재의 성장 스토리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그의 착하고 순수한 매력에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윤재가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삶이 내게 오는 만큼, 그리고 느낄 수 있는 딱 그만큼 최선을 다해 부딪혀 보기로 다짐해 본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 선천적으로 편도체가 작게 태어나 감정이 무뎌 세상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일이 너무나도 어려운 윤재, 어릴 적 가족과 헤어져 나쁜 길로 빠지게 되어 살아가는 동안 문제행동을 일삼았고 그러한 이유로 타인의 무관심과 의심 속에서 살아가는 곤이. 서로를 불편해하면서도 어느샌가 다른 누구와는 또 다른 자기만의 방법으로 서로를 도와주고 있는 두 친구의 관계 속에서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해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현대 사회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멩이처럼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며 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바쁜 세상이 되었고, 나만 생각하기에도 벅찬 나머지 점점 타인에 대한 관심의 에너지를 쏟지 않게 되었다. 내 할 일과 내 인생이 중요하다 보니 내 일이 아니면 관심 없고, 이러한 무관심이 누적되어 무감정이 되어가고 있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난여전히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다. 그러니까 내말은, 어쩌면 넌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란 것일수도 있다는 뜻이야””
박사가 웃었다. “”자란다는 건, 변한다는 뜻인가요?”” “”아마도 그렇겟지 나쁜방향으로든 좋은방향으로든””>
남들보다 작은 머릿속의 아몬드 때문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그리고 그러한 자식을 포기하지 않고 잡아준 어머니, 결국에는 절대 “”감정””을 못느낄 것 같던 소년도 서서히 성장하게되는 성장소설이다.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윤재 곁에 새로운 인연이 다가온다.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아이 ‘곤이’나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아이 ‘도라’,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등이 그러한 인물들이다. 윤재와 이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럼에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오롯이 나를 위해. 나의 마음. 나의 감정. 나의 반응에 좀 더 집중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