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럽게 되살려낸 5월 광주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가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2013년 1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서 연재했던 작품으로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저자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며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던 그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그날, 돌아오라는 엄마와 돌아가라는 형, 누나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동호는 도청에 남는다.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은 5·18 이후 경찰에 연행되어 끔찍한 고문을 받으며 살아 있다는 것을 치욕스러운 고통으로 여기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다. 저자는 5·18 당시 숨죽이며 고통 받았던 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목차

1장 어린 새

2장 검은 숨

3장 일곱개의 뺨

4장 쇠와 피

5장 밤의 눈동자

6장 꽃 핀 쪽으로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

< 위드피플 선생님 감상평 >

당신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학교 교과서, 영화 택시에서 그리고 여러 티비프로그램을 통해 알았던 사건이지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책으로 한자씩 읽으니 어느새 책속으로 더 빠져들게 되었고, 참혹했던 현장 속에 내가 서있고 그들을 옆에서 보고 있는 관찰자의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동호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저녁이면 돌아오겠다던 아들 동호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끝이 났다. 덤덤하게 읽어 나갔지만 한명,씩 겪었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도 참혹하고 처절하여 가슴이 쓰라렸다. 사람이라면 사람에게 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했던 날들,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 누구하나 배제하지 않고 그 모두가 지옥이었지 않았을까? 그들 모두는 거기에 있었고, 여전히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고통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가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고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좋은 책 추천해주신 은정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직 CMS 문지혜

“>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리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라고.””

> 공교육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깊이 다뤄지지 않는 진짜 역사를 이렇게 책을 통해서나마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이고 행운인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그 가치에 대해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어떤 특별한 용기가 있었기에 목숨까지도 내놓을 수 있었을까. 그 모진 고문을 버텨낼 수 있었을까.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시절 그들을 통해 깨달았다. 살아온 환경은 달랐으나, 같은 목적 아래 목숨까지 내놓았던 그들의 숭고한 뜻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매년 5월이 되면 푸르른 계절과 대비되는 잿빛 가득했던 그 시절 치열했던 그들의 모습이 떠오르겠지. “

사직 CMS 장선희

그 순간 왜 분수대가 떠올랐는지 모른다. 짧게 감은 눈꺼플 속에서 유월의 분수대가 눈부신 물주기를 뿜었다. 버스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가던 열아홉살의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었다. 하나하나의 물방울들이 내쏘는 햇빛의 예리한 파편들이, 달궈진 눈꺼풀 안쪽까지 파고들어 눈동자를 찔렀다. 집 앞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공중전화 부스로 들어갔다. 이 책에서 나오는 상황이나 장면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지며 가슴이 아팠다. 마음 한켠으로는 너무나도 감동적인 내용이지만 마음이 아픈 책이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울컥 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이였다. 너무 좋은책을 알게되어서 행복하다.

사직 로코에듀 박현민

내가 태어나기 약 2년전 1980년 5월 광주에서 외치는 소리를 지금 2016년 5월에 듣는다. ‘기억해주세요’ 라는 외침을… 내가 보지 못한걸 기억하기 위해 [소년이온다] 책을 펼쳤고, 영화 ‘화려한휴가’를 봤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음악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억해주는 것, 잊지 않는 것, 몇년이 흘렀지만 같이 분노해주고 슬퍼해주는 것, 이것 뿐이다. 소설 속 표현처럼 ‘희생자가 되지 않기위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기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나몰라라 피하면 그만인 것을, 지은이 한강의 표현처럼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무엇을 했던’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그들을 기억한다. 읽기 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는 것을 권한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추천사 표현 처럼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정거리게 만든다’ 5월이니까, 5월에 읽기 적합한 책이라 가볍게 선택하고 읽었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광주를 다시 읽고 광주를 관광이 아닌 추모로 방문하고 싶다.

사직 로코에듀 권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