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플러스 원의 기쁨, 삼각김밥 모양의 슬픔, 만 원에 네 번의 폭소가 터지는 곳!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조금 특별한 편의점 이야기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입가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서로 티격태격하며 별난 관계를 형성해간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이 그들이다. 제각기 녹록지 않은 인생의 무게와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대립, 충돌과 반전, 이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

목차

산해진미 도시락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삼각김밥의 용도

원 플러스 원

불편한 편의점

네 캔에 만 원

폐기 상품이지만 아직 괜찮아

ALWAYS

감사의 글

< 위드피플 선생님 감상평 >

“알콜성 치매로 기억을 잃은 노숙자의 편의점 알바기이다. 노숙자의 등장으로 주변인물들이 변화되는데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다 공감되고, 익숙한 편의점 배경이라 실제로 적용하고 싶은 추천메뉴도 건졌다는 것이 큰 수확인다. ‘참참참 = 참깨라면 + 참치김밥 + 참이슬””

“”옥수수수염차를…마셔요. 한 잔 더…받아요”” 사내가 무람없는 술친구를 대하듯 음료수를 따라 얼음만 남은 컵 두개를 다시 채웠다. 설마…하는데 그가 종이컵을 들어 건배를 청했다. “”나도 전에…이런 색깔 술을…많이 마셨던 거 같아요. 근데…이제 이거만 마셔요. 술…없어도 살 수 있어요””

좋은 사람들이 좋은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구나. 토지문화관의 마지막 날에 희수 샘에게 들은 대답이 떠올랐다. 샘 덕분에 정말 잘 지냈어요. 그런데…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시는 거에요? 쓸데없는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그렇게 구차하게라도 마음을 표현해야 했다. 희수샘은 잠시 골똘한 표정을짓고는 이렇게 말했다.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해운 특목대입관 서자현

“청파동에서 자그마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영숙’은 그녀의 지갑이 든 파우치를 주워준 인연으로 서울역에 살던 노숙자, 이름도 몰라 그저 ‘독고’라고 불리는 남자를 자신의 편의점 알바로 고용한다. 사람 대하는 것도 서툴어 보이고, 말도 더듬고, 자신에 대한 기억조차 없다는 독고였지만 의외로 빠르게 편의점 일에 적응하고, 든든한 편의점의 야간 알바가 된다.

“”눈물이 나려는 걸 참는다. 소통 불가에 일방통행인 나를 아내는 받아줬다. 오랜 시간. 나는 아내가 내 말에 수긍하는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 아내는 나를 견뎌주었을 뿐이었다. “”

“”따지고 보면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아닌가? 귀빈이건 불청객이건 손님으로만 대해도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해운 특목대입관 오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