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금을 삼켜야만 하는 형벌, ‘탄금’!
서정과 잔혹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명화같은 소설
장다혜 장편소설. 고가의 미술품 거래로 돈왕이라 불리게 된 조선의 거상 심열국. 어느 날 그의 외동아들 홍랑(8세)이 실종된다. 심열국과 민씨 부인은 수많은 재물과 사람을 풀어 아들을 찾고 시체에까지 현상금을 붙이지만 실마리도 찾지 못한다.
씨받이가 낳은 딸 재이(9세)는 홍랑의 수호부를 빼앗았다는 죗값으로 별채에 감금당하고, 양반 핏줄인 무진(11세)이 양자로 들어온다. 가문의 흉사로 인해 하루아침에 남매가 된 두 사람은 서슬 퍼런 상단에서 오로지 서로만을 의지한 채 자라난다. 십 년 후, 추노꾼 독개는 홍랑을 찾아 데려온다. 곧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지만 떠들썩한 상단에서 재이와 무진만은 홍랑을 사기꾼이라 확신하고 그의 면전에 멸시의 말들을 쏟아낸다.
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재이는 홍랑의 진심에 혼란스러워하고 끝내 친아우로 인정하게 되지만 동시에 그의 매력에 속절없이 빠져든다. 아우의 귀환에 대한 감격도 잠시, 재이는 마땅히 끝내야 할 연모를 접지 못해 애달파한다. 무진은 홍랑에게 제 자리를 박탈당하고 설상가상 재이의 마음마저 빼앗기자 홍랑의 뒤를 캐려고 혈안이 된다.
진정 홍랑의 정체는 무엇인가? 각자 믿고 싶은 것과 믿고 싶지 않은 것 사이에서 교묘한 외줄타기가 계속되고, 결국 시대의 금기와 모순, 그 추한 민낯이 드러나는 대반전에 이르러 모든 상황은 단박에 전복된다. 과연 금을 삼킨 자는 누구인가?
목차
기해년
입춘 – 꽃 결에 사라진 아이
우수 – 귀신이 곡할 노릇
대설 – 폭설에 온 소년
기유년(10년 후)
春 입춘 – 봄, 누구에게나 찬란하진 않은
우수 – 춘풍에 온 소식
경칩 – 서투른 귀환
춘분 – 하루도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없었네
청명 – 떠나야 하는 이, 남아야 하는 자
곡우 – 놀랍지 아니한가
夏 입하 – 바람에 부대끼는 건 억새뿐이냐
소만 – 피는 꽃, 지는 달
망종 – 까끄라기 같은 소원
하지 – 천기누설
소서 – 서글픈 재회
대서 – 타오르는 것, 타들어가는 것
秋 입추 – 엇갈린 명운
처서 – 찬 빗물이 고인 자리
백로 – 흰 이슬 눈가에 맺히고
추분 – 잔인하고도 끔찍한 박하향
한로 – 떨칠 수 없는 한기
상강 – 슬픈 천형
冬 입동 – 얼어붙은 불덩이
소설 – 손돌바람에 마음 아리고
대설 – 새 아침, 마지막 밤
동지 – 떠난 적 없는 회귀
소한 – 죽을 때까지 금을 삼키는 형벌, 탄금
대한 – 숫눈송이 흩날리는데
경술년
입춘 – 춘설에도 꽃이
작가의 말
< 위드피플 선생님 감상평 >
> “그 곱다란 눈웃음이 홍랑이 수십일간 쌓아 올린 위장의 장막을 와장창 깨부쉈다. 이 순간 만큼은 진심이고 싶다…… 홍랑은 생각했다.” > 소설을 고를 때 일주일간 가장 많이 읽힌 책들 중 나름의 기준에 비추어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실은 선정 기준이라기보다는 10위 안에 드는 베스트 소설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탄금의 경우 흡사 동화책 같은 예쁜 표지 탓에(표지만 보고는 책 내용이 유치할 거라 단정 지었던 것 같다), 생소한 책 제목 탓에 선뜻 손을 뻗치지 못하던 차에 문과장님의 강력 추천으로 단번에 읽어버린 책이기도 하다. 추리 소설로서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도 묘미지만은 섬세하면서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서사와 한 문장 한 문장 집중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감성을 자극하는 구절들! 막대한 재물도 대단한 권력도 아닌, 한낱 들꽃이 그녀를 웃게 한다면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읊조리던 주인공 홍랑의 짧은 독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한편의 영화와 같은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사직CMS장선희
성긴 옥진이 세상을 뒤덮고 영물마저 하얗게 만들었으나 튼실한 등껍질에 뿌리내린 작은 불꽃 만은 소멸시키지 못하였다. 담벼락 아래 동백이 톡, 꽃망울을 터뜨렸다. 금을 삼키는 형벌을 이르는 탄금은 베스트셀러에 올라와있었고 표지에 워낙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담겨 있어 흥미가 생겼다. 몇 페이지 읽고 말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끝날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탄금이 목까지 금을 채워 인간을 옴짝달싹 할 수 없도록 만드는 형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급속도로 슬프고 처절한 이야기로 빠져들게 되고, 각자의 다른 신분으로 인하여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나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었다. 한글의 고혹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문장들이 예술적으로 돋보이는 책이라 사전은 필수이다.
사직CMS문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