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

어려선 그 냄새가 그리 좋았다

모기를 죽이는 것도

뱃속 회충을 죽이는 것도 그였다

멋진 오토바이를 돌리고

삼륜차 바퀴를 돌리고

누런 녹을 지우고 재봉틀을 매끄럽게 하던

미끈하고 투명한 묘약

맹탕인 물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동동 뜨던 그 오만함도, 함부로 방치하면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리던 그 가벼움도 좋았다

알라딘의 램프 속에 담겨진 것은

필시 그일 거라 짐작하기도 했다

개똥이나 소똥이나 물레방아나

나무장작과 같은 신세에서 벗어나

그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기름때 전 공장노동자가 되었다

빨아도 빨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도

그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dMPgrvk2VVM


– 목차 –

제1부

혜화경찰서에서

가두의 시

석유

오줌 누고 자!라는 말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똥통 같은 세상

무허가

첫 고료

이 삶의 고가에서 잊혀질까 두렵다

가리봉오거리 연가

마산항 새벽복국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야겠다

목수일 하면서는 즐거웠다

내 영혼의 방직소

그해 늦은 세 번의 장마

김남주를 묻던 날

미행자

제2부

어린 날의 궁전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우리들의 암송

당신의 운명

어이!

그해 겨울 돗곳

대마치 연가

재개발을 기다리는 까치들

그해 여름 장마는 길었다

겨울, 안양유원지의 오후

어떤 약

생태학습

제3부

나의 모든 시는 산재시다

안녕

비시적인 삶들을 위한 편파적인 노래

너희는 고립되었다

꿈의 공장을 찾아서

멕시코, 깐꾼에서

별나라로 가신 택시운전사께

이 냉동고를 열어라

너는 누구에게 물어보았니

촛불 연대기

황새울 가는 길

제4부

오래 산 나무에 대한 은유를 베어버리라

난지도 쓰레기꽃

참, 좃같은 풍경

주름

경계를 넘어

아직 오지 않은 말들

셔터가 내려진 날

삶이라는 광야

서정에도 계급성이 있다

혁명

뇌파

수조 앞에서

가을, 나무들에게

도살장은 무죄다

당신은 누구인가

<위드피플 선생님 독서감상평>

사직CMS 권은정 선생님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 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서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그렇게 작가는 사소한 물음에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