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기록한 마지막 흔적
우리의 선택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서울대 암 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 의사로서의 솔직한 속내를 담은 에세이.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후 뇌 기증 의사를 존중하는 아들, 의식 없는 어머니를 끝까지 떠나보내지 못하는 남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한 남자 등 환자 곁의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저자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그려가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곱씹어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렇게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저자가 틈틈이 남겨온 기록이다. 책의 1, 2부는 저자가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이 예정된 죽음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3, 4부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의 사람들의 모습에는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태도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1부. 예정된 죽음 앞에서

너무 열심히 산 자의 분노 / 내 돈 2억 갚아라 / 특별하고 위대한 마지막 / 혈연이라는 굴레 / 사후 뇌 기증 / 저는 항암치료 안 받을래요 / 10년은 더 살아야 / 대화가 필요해 / 믿을 수 없는 죽음 / 임종의 지연

2부. 그럼에도 산다는 것은

인생 리셋 / 기적 / 학교에서 잘렸어요 / 잔인한 생 / 아이의 신발 / 오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합니다 / 요구트르 아저씨 / 말기 암 환자의 결혼 /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다

3부. 의사라는 업

별과 별 사이: 600대 1의 관계 /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 눈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들 / 파비우스 막시무스 / 너무 늦게 이야기해주는 것 아닌가요 / 3월의 신부 / 윤리적인 인간 / 이기심과 이타심

4부. 생사의 경계에서

각자도생, 아는 사람을 찾아라 / 최선을 다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 존엄한 죽음을 위해서: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하여 / 울 수 있는 권리 /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 마지막 뒷모습

이야기를 마치며

< 위드피플 선생님 감상평 >

우리는 긴 인생에서 여러 개의 변곡점을 지나고 여러 가지 시련을 겪는다. 그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지만 성장하기도 한다. 거센 파도를 넘고 폭풍우를 헤치며 항해하는 선장은 겪어낸 시련과 좌절만큼이나 항해술이 늘지만, 늘 평온하고 잔잔한 바다만 항해하는 선장의 항해술은 늘 거기에서 거기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며 삶을 정리해나간다는 것은 극히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분명히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깊어질 수 있다. 늘 잔잔한 바다를 항해했던 나에게 마치 거센 파도와 같은 cms는 앞으로의 날들을 위해 폭풍우를 먼저 맞이하게 하여 시나브로 나를 한층 더 성장시키고 있음을 느끼는 차에 이 책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자세와 그 죽음을 말해야 하는 의사 선생님을 보며 폭풍우를 대하는 나의 자세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금 정리해 본다.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이 인생의 숙제를 풀든 풀지 않든, 어떻게 풀든 결국 죽는 순간 그 결과를 자신이 안아 들게 될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사직 CMS 문지혜

‘처음’의 순간은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하고 저마다 거기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마지막’은 잘 모른다.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음은 늘 지나서야 깨닫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지켜본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작가의 말처럼 오늘 누군가의 죽음은 내일의 내가 닿을 시간이고, 어떤 죽음들은 분명히 아직 남아 있는 이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기에(다른 이의 삶에 작은 변화라도 불러올 수 있기에) 이 책을 읽고 마냥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기엔 고민해 봐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았다. 탄생과 죽음은 우리의 선택은 아니지만 내가 아닌 타인의 기억으로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어떤 상황에 있든, 삶 자체가 기회이기에(누군가의 기억으로 남기에) 삶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살찌우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도 좋은 하루였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나에게 허락된 하루를 충실히, 최선을 다해 살리라 다짐해본다.”

사직 CMS 장선희